NUTCR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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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파티가 열렸어요.
크리스마스 이브거든요.
옷을 근사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맛있는 음식이 나왔고, 발끝이 저절로 까딱거리게 되는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어요.
나는 클라라예요. 파티는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제일 좋아하는 예쁜 드레스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마법사가 신기한 마술도 보여 주지요.
마음껏 볼 수 있는 인형극은 또 어떻고요?
인형극은 언제 봐도 가슴이 콩콩 뛰었어요.
나는 다른 꼬마 손님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넋이
빠지게 인형극을 보고 또 보았어요.
인형극에는 아름다운 공주님도 나오고요,
잘생긴 왕자님도 나오지요.
뿐만 아니라 눈을 꼭 감아 버리고 싶을 만큼 사나워
보이는 쥐도 나와요.
자기가 생쥐들의 왕이라나요?
다른 아이들은 이 인형들을 좋아해요.
하지만 나는 아니에요.
나는 병정 옷을 입은 호두까기 인형이 제일 좋아요.
"이왕이면 예쁜 인형들과 춤을 추렴."
아빠가 말했어요. 하지만 나는 호두까기 인형을 잡고 빙빙
돌며 춤을 추면서 고개를 저었어요.
"이게 제일 예쁜걸요."
"그 인형은 호두를 깔 때 쓰는 인형일 뿐이야."
아빠가 입 안에 호두를 넣는 시늉을 하며 인형의 머리를
움직였어요.
"뭐 어때요? 나는 호두까기 인형하고만 춤을 추고 싶어요."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나는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있었어요.
물론 밤에 잠을 잘 때에도 호두까기 인형을 꼭 껴안고 잤지요.
그런데 그 밤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나는 이 집이 마음에 안 들어. 집은 지저분하고 어수선해야지,
이게 다 뭐람!"
생쥐들의 왕이 소리쳤어요. 그러자 고양이만한 쥐들이 쏟아져
나오지 뭐예요?
쥐들은 여기저기서 찍찍거리며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넘어뜨리고, 푹신푹신한
소파도 물어뜯어 놓았지요.
그 때 호두까기 인형이 나섰어요.
"사나운 쥐들을 막아라!"
호두까기 인형은 옆에 차고 있던 칼을 높이 들고 앞장 섰어요.
그 뒤로 장난감 병정과 기사들이 뚜벅뚜벅 따라 나섰어요.
"뭐야, 이런!"
쥐들은 움찔하더니 마구 달려드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쥐들과 맞섰어요.
"예의도 없이 남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다니!"
나도 주먹을 불끈 쥐고 쥐들과 싸웠어요.
아마 생쥐들은 우리가 이렇게 힘이 센지 몰랐을 거예요.
"휴, 다 도망갔어."
내가 중얼거렸어요. 어디선가 짝짝짝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주 멋졌어요. 내가 근사한 선물을 하고 싶군요."
아까 마술을 보여 주었던 마법사였어요.
마법사는 긴 막대기로 나와 호두까기 인형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어요.
그러자 우리가 아름다운 공주님과 멋진 왕자님으로 변했지
뭐예요?
"아, 오늘은 정말 신기한 날이에요."
내가 중얼거리듯이 말했어요. 그러자 마법사가 씩 웃으면서
말했답니다.
"신기하다고요? 앞으로 더 신기한 일이 벌어질 텐데요?"
마법사의 말이 맞았어요. 마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은
숲이 되었어요.
주위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흰 눈이 얹혀진 나무들이
빽빽하게 솟아 있었지요.
찬 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별로 춥지도 않았어요.
눈송이들은 별빛처럼 쏟아졌어요. 우리를 기다리는 커다란
썰매 위로도 눈송이들이 떨어졌어요.
내입은 바보처럼 벌어져서는 도무지 닫힐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공주님, 왕자님, 썰매에 오르실까요?"
눈송이들이 말했어요. 눈송이들은 춤을 추며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자, 머나먼 나라에서 신기한 일들을 마음껏 누려 보세요."
썰매에 오르자 나는 기분이 붕 뜬 것 같았어요.
기분이 얼마나 좋았던지, 이러다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보기도 싫은 생쥐 왕이 따라오다니!
그뿐인 줄 아세요? 생쥐 왕은 박쥐들까지 불러들여 우리를
괴롭혔어요.
"저 여자 아이를 붙잡아 와라!"
생쥐 왕이 소리치자 박쥐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와서는 나를
붙잡으려 했어요.
하지만 호두까기 왕자님은 생쥐 왕을 쫓아 낼 때처럼 박쥐들을
쫓아내 주었어요.
그 덕에 우리는 신기하고도 낯선 나라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지요.
"저기 동굴이 보인다!"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아, 세상에!"
나는 또 바보처럼 입을 쩍 벌린 채로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어요.
동굴 안에는 나비들이 살고 있었던 거예요.
보석가루를 입혀 놓은 것 같은 나비들은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어 주었어요.
"어서 오세요, 공주님, 왕자님.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나비들은 나와 호두까기 왕자님을 과자의 나라로 데리고
갔어요.
그 곳은 모든 것이 과자로 만들어진 곳이었어요.
집도 과자, 길도 과자, 가로수까지 과자였죠.
"이런 곳에 오고 싶었어요!"
나는 과자의 나라를 두리번거렸어요. 앗, 그런데
저게 누구지요? 마법사가 아니에요?
"어머나, 어떻게 우리보다 빨리 오셨어요?"
"나에게는 이게 있잖아요."
마법사는 마술 지팡이를 둥글게 흔들었어요.
그러더니 아름다운 과자 궁전을 뚝딱 만들어 내지 뭐예요.
궁전에서는 우리 집에서 했던 파티보다 더 신나는 춤잔치가
열렸답니다.
아마 그런 춤들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예요.
스페인 인형들의 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어쩜 그렇게 힘있고 멋있을까요?
화려한 옷을 입고 추는 아라비아의 춤은 자꾸 내 몸을
꼬불꼬불하게 움직이게 했어요.
음악부터 꼬불꼬불한 느낌인걸요.
다리를 쭉쭉 뻗으며 앉았다 일어나는 러시아 춤은 또
어떻고요?
꽃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던 중국 춤과 장미의 왈츠, 별빛같이
깜빡거리며 달콤하게 스며드는 사탕 요정의 춤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클라라, 일어나렴. 아침이야."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왔죠. 그러자 왕궁도, 춤을
추던 인형들도,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요.
나에게 신기한 나라를 구경시켜 준 마법사 아저씨도,
썰매도, 숲도, 모두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어요.
"호두까기 왕자님, 어디 있어요?"
그러자 왕자님 대신 엄마가 대답했어요.
"얘도, 참. 지금 네가 꼭 안고 있잖니?"
그 말을 듣자 더욱 눈을 뜨고 싶지 않았어요.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는 여전히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님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왕궁도 그대로이고, 어젯밤에 보았던 그 모든 것들도
그대로일 테고요.
이게 꿈이라면 어떻게 하지요?
그렇다면 나는 눈을 뜨지 않을래요. 오래오래 호두까기 인형을
안고 자꾸자꾸 다시 잠들고 싶어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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