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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ventures Of Tom Sawyer (톰소여의 모험),[마크 트웨인]







ADVENTURES OF TOM S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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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쨈에 손을 대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누누이
말했을 텐대!"

폴리 이모는 회초리를 들고 소리쳤어요. 동생 시드는
언제나처럼 얌전하게 앉아 보고만 있었어요.
톰이 생쥐처럼 이모의 회초리를 피해 요리조리 도망치는
것을 말이에요.

"이모, 저기 좀 봐요!"

폴리 이모가 뒤를 돌아보는 사이, 톰은 냉큼 도망을 쳤어요.
그러더니 늦은 밤에 창문을 넘어 집 안으로 몰래 들어오다가
지키고 있던 폴리 이모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세상에, 옷이 이게 뭐냐! 토요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벌을 주고야 말겠어."

토요일이 되자, 폴리 이모는 정말로 톰에게 벌을 주었어요.
그것은 집을 둘러싼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이었어요.
톰은 흰색 페인트 통과 커다란 붓을 들고 한숨을 쉬었어요.
톰이 칠해야 하는 것은 담이 아니라 거대한 산맥처럼
보였던 거예요.
톰은 페인트 통에 붓을 푹 담갔다가 아무렇게나 몇 번
담벼락 위에 대고 휘저었어요.
그러고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재미있는 놀이가 될 만한
일을 생각하였어요.

'곧 애들이 이 앞을 지나 신나게 놀러 다닐 테지?'

톰은 입술을 쭉 내밀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
빛내더니, 전혀 지겹지 않다는 듯 공들여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야, 이 좋은 날씨에 뭐 하는 거냐? 지겹겠다, 야."

벤이 톰의 곁을 지나가면서 놀려 댔어요. 하지만 톰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 전에 칠한 곳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화가처럼 다시 붓을 움직였어요.

"톰, 나는 지금 헤엄치러 가는 길인데, 너는 이런 날 꼭 거런
일을 해야 되니?"

"어머! 벤, 너 여기 있었구나? 몰랐어. 그런데 일이라니?
무슨 일을 말하는 거야?"

톰이 시치미를 떼며 말했어요.

"페인트칠하는 거 말이야. 그게 일이 아니면 뭐야? 설마 재미로
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재미로 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건 아무 때나 할 수 없는
놀이라고. 담에 페인트칠을 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것 같니?"

톰은 다시 붓질을 하다가 뒤로 물러나 골똘히 생각하는
척했어요.
벤은 뒤에 앉아서 톰을 지켜 보다가 슬그머니 물었어요.

"저, 톰, 나도 해 보면 안 될까?"

"안 돼.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칠을 잘 할 수 있는
애는 아주 드물어."

톰이 거절하자 벤은 톰에게 매달렸어요.

"야, 정말 안 돼? 딱 한 번만 해 볼게. 응?"

"안 된다니까,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 폴리 이모가
얼마나 슬퍼하시겠니?"

톰은 팔짱을 끼고 눈을 지그시 감았어요. 그러자 벤은
애가 탔어요. 그렇게 중요하고도 드문 일을 꼭 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사과 줄게. 딱 한 번만이야, 응?"

톰은 벤의 사과를 받은 후 탐탁치 않다는 듯이 붓을
내밀었어요.
벤은 재빨리 붓을 받아 신나게 벽을 칠하기 시작했어요.
톰의 술수에 말려든 아이는 벤뿐만이 아니었어요.
빌리 피셔는 잘 만들어진 연을 주었고, 자니 밀러는 죽은 쥐를
주고 페인트칠을 했어요. 톰의 앞에는 분필 조각, 부서진 호루라기, 공깃돌 열두 개, 병마개, 개 목걸이 같은 것들이 쌓였고, 벽은 세 번에 걸쳐 완벽하게 칠해졌어요.
톰은 당분간 얌전하게 지냈어요. 이모 몰래 도넛을 훔친 일이나, 교회에 벌레를 가져갔다가 놓치는 바람에 소동이
일어난 일, 그리고 학교에 가시 싫어서 꾀병을 부린 일쯤은
톰이나 이모에게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래서 폴리 이모도 다른 벌은 주지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은 학교 가는 길에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어요.

'아무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나도 나름대로는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했는데.'

톰은 걸어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먼 들판까지 나오게
되었어요.
멀리서 수업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종 소리가 울렸어요.
느닷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요.
그런데 눈물 저 너머로 조 하퍼가 보였어요. 영혼을 걸고
영원히 우정을 지키기로 약속한 친구였지요.

"조, 너도 학교 안 갔구나? 나는 아예 이 곳을 떠나려고 해.
이모를 속상하게 하는 일도 이제 그만 하고 싶고,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학교도 더 이상 가지 않을 거야."

이 말을 들은 조의 눈이 번쩍거렸어요.

"톰, 나도 그래. 생크림을 먹었다고 엄마한테 회초리로
맞았거든. 아마 내가 싫으니까, 핑계를 대서 나를 내쫓고
싶으셨던 거겠지. 엄마의 마음이 정 그렇다면, 내가 집을
나가는 게 옳은 일인 것 같아."
둘은 손을 마주 잡았어요.

"잘 됐어. 우리 둘이 힘을 모아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해적이
되자.
우선 허클베리 핀 부터 만나 보는 게 좋겠어."






두 소년은 떠돌이 고아 소년 허클베리 핀을 찾아가 자기들의
생각을 말했어요. 허클베리 핀은 자기도 함께 해적이 되어
주겠다고 말했어요.
톰과 조는 집으로 살그머니 들어가 먹을 것과 몇 가지 물건을
챙긴 뒤, 밤에 다시 만났어요. 그들은 암호를 말하고는 뗏목을
훔쳐 타고 강 한복판에 있는 섬으로 들어갔어요.

"카리브 해의 복수자, 톰 소여. 우리 저녁을 먹을까?"

"좋아! 살인마 허클베리 핀, 그리고 바다의 폭군 조 하퍼,
모닥불을 피우자."






그들은 보따리를 뒤적거려 프라이팬을 꺼낸 뒤 베이컨을 구워
옥수수빵과 같이 먹었어요. 저 멀리 자기들이 떠나온 마을을
보자 자유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적이 되기를 잘한 것 같아. 다시는 문명 사회로 돌아가지
말자."
살인마 허클베리 핀이 말했어요.

"당연하지, 여긴 지상 낙원이야.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지, 세수도 안 해도 되지,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지."

"해적이 되길 참 잘한 것 같아."

카리브 해의 복수자 톰과 바다의 폭군 조가 맞장구를 쳤어요.
다음 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눈 속으로 밀려들어온 낯선
풍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떨어지자 바다의 폭군 조가 한숨을 쉬면서
슬그머니 물었어요.

"식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흥, 용감한 해적은 후회를 하지 않는 법이야!"

카리브 해의 복수자 톰이 힘주어 말했어요.
허클베리 핀도 톰의 편을 들었어요. 톰은 으쓱해졌지요.
하지만 밤이 깊어 조와 허클베리 핀이 곯아 떨어지자 톰은
살금살금 그 자리를 빠져 나왔어요.
톰은 있는 힘을 다해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넜어요. 그리고
이모네 집 뒤꼍 울타리를 넘어 거실 창문을 통해
이모를 보았어요.






이모는 조의 어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톰은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다만 장난이 심할 뿐이죠.
망아지처럼 순진한 아이라고요. 그런데 그런 애가 .....".

"우리 조도 마찬가지예요. 말썽을 좀 피우기는 했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자상한 아이지요. 그런데 생크림을 먹었다고
회초리를 들었으니,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아, 우리 조를
다시는 못 본다니 어떻게 하지요?"

옆에 있던 시드는 한술 더 떠서 엉엉 울어 댔어요.

"살아 있을 때 좀더 작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저 세상에
가 있더라도 제발 천국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흑 흑."

조의 어머니는 그 말에 가슴이 더 아파진 모양이었어요.

"아, 지난 토요일에는 그 녀석이 바로 내 코앞에서 폭죽을
터뜨리기에 깜짝 놀라서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려 주었어요.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아이를 꼭 껴안고
칭찬해 줄 거예요. 정말이에요."

폴리 이모는 그 말을 듣자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요.

"그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어요? 톰이 고양이에게 자기가
먹을 진통제를 잔뜩 먹여서 난리가 난 적이 있죠.
나도 그때 꿀밤을 얼마나 많이 주었던지 ..... 불쌍한 녀석,
이를 어쩌면 좋아요. 아, 아이들의 장례식이라니 .....,
생각하기도 싫어요."

톰은 눈을 껌뻑거렸어요. 이리저리 생각도 해 보았어요.
조의 어머니가 조를 사랑하는 것도, 폴리 이모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도 알겠는데, 어째서 자기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톰은 이모를 와락 안고 영화같이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꾹 참았어요. 친구들과 영혼을 걸고 맺었던
우정도 중요하게 생각됐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자기들의
장례식에 떡 하니 나타나는 것이 더 근사할 것 같았어요.
톰은 다시 섬에 있는 친구들 곁으로 돌아갔어요. 가족들의
일은 금세 잊었고, 아침으로 거북이 알 프라이를 만들어
배가 터질만큼 먹었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도 했고, 뜨거운 모래로
모래 찜질을 하기도 했어요. 서커스놀이, 공기놀이, 보물찾기놀이도 질릴 만큼 했답니다.

며칠 뒤 장례식 날이 되자 마을에서는 구슬픈 음악이 울려 퍼졌어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톰과 조가 얼마나 좋은 아이들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죽은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교회 안은 울음 바다가 되었어요.

"아, 그 착한 아이들을 언제나 야단치기만 했어!"

선생님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꼈어요. 그때 였어요.
너덜너덜한 누더기 차림의 세 아이가 교회 문 앞에
나타났어요.

"꺅 ! 유령이다, 유령!"
아이들이 소리쳤어요.

"우리는 유령이 아니에요."

폴리 이모와 하퍼네 식구들이 살아 돌아온 아이들에게
달려들었어요. 아이들에게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누구도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껴안고 뽀뽀를 했어요.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허클베리 핀은 쭈뼛쭈뼛
서 있었어요.

"이모, 허클베리 핀도 살아 돌아왔잖아요."

폴리 이모는 톰을 내버려 두고, 이번에는 허클베리 핀을
꼭 껴안았어요.

"살아 돌아오다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목사님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돌아온 아이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어요.
아이들은 갑자기 자기들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어요.
이 일이 있은 뒤, 허클베리 핀은 톰의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사실 그건 힘든 일이었어요.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무엇이든 하면서 살던 허클베리 핀이 폴리 이모의 참견과
잔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오죽했겠어요?
견디다 못한 허클베리 핀은 집을 나가 버리고 말았어요.






마을 사람들이 온통 나서서 찾아다녔지만 숲에서도, 섬에서도
허클베리 핀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물에 빠졌을까 봐 걱정돼서
강바닥까지 훑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내가 찾아봐야겠어.'

톰은 폐허가 된 도살장 뒤의 빈 통에서 허클베리 핀을
찾아냈어요.
허크베리 핀은 아주 엉망진창이었어요.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엉켜 붙어 있었고, 옷은 꼬질꼬질했어요.

"톰, 왔구나? 나는 너희 집에 갈 수 없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 언제나 진땀이 난걸. 잠은 침대에서만 자야 하고,
시계 소리에 맞춰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학교도 다녀야 하고,
매일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해야 했다고."

"하지만 모두 그렇게 사는걸."

"모두 그러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 그렇게는 죽어도 못 살아.
맛있는 음식이 많으면 뭘 해. 말도 가려서 고운 말만 해야 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방귀도 못 뀌고."
톰은 웬일인지 침착하게 말했어요.

"나도 그렇다는 걸 알잖아? 하지만 참겠다고 마음먹으면
견뎌 낼 수 있어. 우리가 커서 갱이 되려면 그 정도쯤은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만약에 네가 우리 집에서 사는 걸
참을 수 없다면 우리 갱단에도 들어올 수 없어."

기우뚱하게 앉아 있던 허클베리 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똑바로 앉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거짓말이지?"

"나도 네가 우리 갱단에 들어왔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 우리 갱단이 엉망진창이라고
할 거야. 형편없는 애가 끼어 있다고 손가락질 할 거라고."

허클베리 핀은 아무 말도 없이 곰곰이 생각했어요. 그러더니
결심을 한 듯 말했어요.

"좋아, 그럼 한 달 정도 지내면서 내가 잘 견딜 수 있는지
한 번 시험해 볼게."

"정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이모에게 너를 좀 내버려 두라고
말해 볼게."

둘은 손을 잡고 흔들었어요. 다리도 번쩍번쩍 들며 집을
향해 걸어갔어요.

"톰, 생각해 봤는데, 너네 집에서 살면서 훌륭한 갱이
되는걸 연습하는 게 낫겠어. 그러면 정말 근사한 갱이
될 수 있는 거지?"

"그럼, 당연하지."

"폴리 이모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거야. 나는 유명한
갱이 될 테니까 말야!"

허클베리 핀은 엉덩이를 들썩였어요. 근사한 갱이 될 생각에
벌써부터 신바람이 나는 모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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