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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ld Swans (백조 왕자),[안데르센]







WILD SW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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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 공주는 막내였어요. 위로 열한 명의 오빠가 있었고,
아버지는 왕이었어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엘리자 공주가 아주 어렸을 때 새어머니가 궁전으로
들어왔어요.

"나는 너희들이 싫어!"

왕비는 아이들만 있을 때면 언제나 이렇게 소리쳤어요.
그러나 왕은 왕비가 아이들에게 좋은 어머니라고만
생각할 뿐이었어요.
어느 날 엘리자가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자,
왕비가 왕에게 말했어요.

"엘리자는 몸이 너무 약해요. 공기가 좋은 시골에서
지내게 해 주어야 해요."

왕은 왕비가 엘리자를 자기 친딸처럼 여겨 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었어요.
그래서 왕비의 말대로 엘리자를 시골로 휴양
보내기로 했어요.
왕비는 자신의 친척에게 휴양 보낸다고 하면서,
이름도 모르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 버리듯이
보내 버렸답니다.
그러고는 얼마 뒤, 주문을 걸어 열한 명의 왕자들을
모두 백조로 바꾸어 버렸어요.






사실 왕비는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마녀였던 거예요.
열한 마리의 백조들은 흐느껴 울며 궁전을 떠나 멀리멀리
날아갔어요.






백조들은 엘리자가 머무는 시골집으로 찾아갔어요.
엘리자는 백조들이 왕자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그저 아름다운 백조들이라고 여길 뿐이었어요.

"엘리자, 우리는 너의 오빠들이야.
마녀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

왕자들은 목이 터져라 외쳐어요. 하지만
그건 단지 백조들의 울음일 뿐이었어요.
엘리자는 백조들이 뭘 말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왕자들이 사라지자, 왕은 엘리자를
불러들였어요.
마녀는 엘리자도 백조로 만들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건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왕자들을 잃은 왕은 엘리자를 언제나 곁에 두고
지켰기 때문이었어요.
왕은 때로 엘리자 앞에서 눈물을 흘렸어요.

"엘리자, 내가 뭘 잘못한 것 같니? 네 오빠들이
왜 나를 떠난 것 같니?"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엘리자는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자기라도 나서서 왕자들을 찾아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엘리자는 아버지가 잠든 사이를 틈타 궁전을
빠져 나왔어요.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앞으로 걸을
뿐이었어요.
들판이 나오고, 강이 나오고, 그 옆으로 울창한 숲이
펼쳐졌어요.
엘리자는 숲으로 들어가 밤을 보냈어요.
반딧불이들은 엘리자가 무섭지 않도록 곁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 주었어요.

"고마워, 정말 고마워."

엘리자는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어요.
너무 피곤한 하루였거든요.
아침이 되자, 엘리자는 또 무작정 숲 속을
걷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호호백발 할머니를 만났어요.

"혹시 열한 명의 왕자들을 보지 못하셨어요?"

"열한 명의 왕자라고? 아니, 못 봤단다."

할머니는 엘리자에게 산딸기를 나누어 주며
다시 말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백조들은 봤단다.
머리에 황금 왕관을 쓰고 있는 백조들이었지.
신기하게도 열한 마리의 백조가 모두 똑같은
왕관을 쓰고 있더구나."

엘리자는 그 백조들이 자기 오빠들이라는 걸
그제야 알아챌수 있었어요.

"그 백조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가까운 데 있어. 이 숲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맑은 연못이 있거든, 백조들은 거기에 모여 있더구나."

엘리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급히 달리기 시작했어요.
할머니의 말대로 숲 한가운데에 맑은 연못이 있었어요.
왕관을 쓴 백조들은 없었지만, 백조들의 하얀 깃털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어요.






해질 무렵이 되자, 하늘에서 백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어요.
엘리자는 드디어 왕자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백조들이 땅으로 내려앉으며 스르르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왔거든요.

"오빠들!"

엘리자는 왕자들에게로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모두
얼싸안고 흐느껴 울었어요.
그들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하고
또 위로해 주었어요.

"엘리자, 마침 잘 왔어. 우리는 내일 이 곳을 떠나야 하거든.
그리고 일 년 동안 이 곳에 올 수 없어.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목숨을 잃게 된단다."

첫째 왕자가 말했어요.

"너를 여기에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구나. 우리와 같이
가지 않을래?" 둘째 왕자가 말했어요.

"물론이야, 둘째 오빠. 나도 같이 갈 거야."

엘리자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왕자들은 질긴 갈대와
버드나무 껍질로 튼튼한 그물을 짰어요.






그리고 엘리자를 그물에 태우고서 백조 모습으로 바뀐
열한 명의 왕자들이 부리로 그물 끝을 단단히 물고 머나먼
나라로 날아갔어요.
그들은 동굴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어요.






낮선 곳에서의 생활은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해가 지고 나면 다시 사람이 된 왕자들과 함께
저녁도 먹고 함께 노래도 부르며 지냈으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엘리자는 꿈을 꾸었어요. 예전에 딸기를
주었던 할머니가 나타나 엘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동굴 주변에는 가시가 잔뜩 돋은 쐐기풀이 있단다.
그걸로 실을 만들어 갑옷을 짜거라.
손이 무척 아플 거야, 하지만 참아야 한다.
오빠들을 도울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엘리자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할머니는 엘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어요.

"열한 벌의 갑옷을 다 만들자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 일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말을 해서는 안 된단다.
안 그러면 네 오빠들이 죽게 돼."

꿈에서 깬 엘리자는 부랴부랴 쐐기풀을 뜯기 시작했어요.
그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어요. 손에 가시가 찔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온통 뽑히는 것처럼 쑤시고 아팠어요.
엘리자의 손은 부르트고 피가 났어요.






왕자들은 자신들 때문에 엘리자가 고생하는 걸 알아채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일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엘리자는 그 날도
굳은살투성이의 손으로 열심히 갑옷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냥을 나왔던 왕과 신하들이 난데없이 동굴로
들이닥쳤어요.

"아니,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도대체 너는 누구냐?"

왕이 물었어요. 하지만 엘리자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어요.
말을 해서는 안 되니까요.

"너를 여기 둘 수 없구나. 나와 함께 궁전으로 가자."

왕은 엘리자가 신비한 아가씨라고 여겨졌어요.
그래서 싫다고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억지로 궁전으로
데리고 갔답니다.
물론 엘리자가 만든 갑옷도 함께 챙겨 주었어요.
궁전에 머물게 된 엘리자는 걱정이 앞섰어요.
잘 가꾸어진 궁전에 쐐기풀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밤이면 몰래 궁전을 빠져 나와 쐐기풀을 구하러
다녔어요.
궁전 근처에서는 도무지 쐐기풀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건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오래 된 묘지에나 남아 있었죠.
하는 수 없이 엘리자는 밤마다 공동 묘지로 숨어들어 쐐기풀을
뜯어야 했어요.






그런데 오래지 않아 그만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답니다.

"저 여자는 마녀입니다. 틀림없어요. 마녀가 아니라면 왜
밤마다 묘지에 드나들겠어요?"

신하들은 엘리자를 손가락질했어요.
소문을 들은 백성들도 아우성이었어요.

"이러다가는 저 마녀가 이 나라를 차지하고 말 거예요.
마녀를 죽여야 해요. 안 그러면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어요?"

왕은 어떻게든 엘리자를 내버려 두고 싶었어요.
아무도 없는 밤을 틈타 공동 묘지를 찾아가는 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무슨 까닭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어요.
엘리자는 절대로 나쁜 일을 저지를 마녀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백성들은 매일매일 궁전 앞에 모여 소리쳤어요.






"마녀를 없애라! 마녀를 불태워라!"

그들은 엘리자를 두려워했어요. 살려 두면 자기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 거라고 여겼어요.

"나도 이제는 어쩔 수가 없구나, 언제나 말없이 갑옷만
만들고 있는 너를 이제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니?"

왕은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엘리자는 이제 불에 태워질 일만 남았어요.
살려 달라고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 뿐.
어떤 좋은 일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거예요.

'제발 도와 주세요. 이제 한 벌만 마저 만들면 오빠들이
마법에서 풀려날 수 있어요. 제발, 제발 도와 주세요.'

엘리자는 이제 잠도 자지 않고 갑옷을 짰어요. 엘리자는
자신을 불태우기 위해 높이 쌓은 장작 더미가 있는 곳으로
실려가는 순간에도 갑옷을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엘리자에게 돌을 던졌어요.

"이 나쁜 마녀야, 이제 너는 우리를 해칠 수 없어. 암,
그렇고 말고."

돌에 맞은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엘리자는 갑옷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왕자들은  엘리자 주위를 뱅글뱅글 맴돌며 어떻게든 지켜
주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막대기를 들고 백조들을 몰아
냈어요.

"자, 이제 저 마녀를 장작 위에 묶어라!"

바로 그 때였어요. 엘리자가 벌떡 일어났어요. 갑옷이 다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엘리자는 있는 힘껏 열한 벌의 갑옷을 하늘위로 높이
던졌어요.
백조들은 공기를 가르며 갑옷 속으로 몸을 밀어넣었어요.

"앗, 어떻게 이런 일이!"

갑옷을 입은 백조들은 왕자로 변해 엘리자를 에워쌌어요.

"오빠, 드디어.....".

엘리자는 목이 메었어요. 왕자들은 엘리자의 손을 잡고서
울고 또 울었어요.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백성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어요.

첫째 왕자는 높은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었어요.

백성들은 소리쳤어요.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 준 천사로군요!
우리의 왕비가 되어 주세요!"

바로 그 이튿날 엘리자와 왕의 결혼식이 열렸어요.






그것은 온 나라 사람들의 축복 속에 치러진 성대한
결혼식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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