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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롤]







ALICE IN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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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은 따뜻했어요. 바람이 살그머니 불어 왔다가 다시
불어 나가고는 했어요. 흘끔 보니, 언니는 책 속에 푹
빠져 있었어요.






앨리스는 잠을 잘까 하다가 언니가 읽는 책을 들여다보았어요.

"어머나, 그림이 하나도 없잖아? 그림도 없는 책을 왜 읽어?"

앨리스가 말했어요. 하지만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언니는 책 속에 빠져 버려 앨리스의 말도 안 들리는 모양
이었어요. 그저 건성으로 "응, 응." 그러고만 있지 않겠어요?

"치, 심심하다."






앨리스는 뱅그르르 풀밭 위를 한 번 굴렀어요. 어, 그런데
저것이 뭘까요? 하얀 솜뭉치 같은 것이 데굴데굴 굴러가는게
아니겠어요? 똑바로 앉아 보니, 그건 바로 토끼였어요.
게다가 중얼중얼 말을 하는 이상한 토끼였지요.






"이런, 늦겠어. 늦고 말 거야."

토끼는 입고 있는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허둥지둥 뛰어가면서 말이죠.






앨리스는 벌떡 일어나 토끼를 쫓아갔어요. 그러다가
깊디깊은 굴 속으로 빠지고 말았답니다.





앨리스는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졌어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떨어지면서 주변에 있는 책꽃이나
지도, 그림같은 걸 볼 수도 있었어요.

"이러다가 지구 반대편으로까지 떨어지고 말 것 같아."
앨리스는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어요.

"혹시 이 굴에도 박쥐가 있을까? 박쥐는 쥐랑 비슷한데,
고양이가 박쥐도 잡아먹을까?"
앨리스는 중얼거리다가 깜빡 잠이 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한참 만에 낙엽더미 위로 쿵 하고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죠.

앞쪽으로는 긴 통로가 있었는데, 앨리스는 거기서
흰 토끼를 다시 만났어요.






앨리스는 서둘러 흰 토끼를 따라갔지만 다시 놓치고 말았어요.
그 대신 작은 유리 탁자를 보게 되었어요.
탁자 위에는 물병이 놓여 있었어요.
앨리스는 물병을 집어들고, 매달려 있는 쪽지를 읽었어요.

' - 나를 마셔요. -'

앨리스는 병뚜껑을 열고 꿀꺽꿀꺽 그 안에 있던 물을
마셨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물을 마시자마자 앨리스의
몸이 손톱만큼 작아진 게 아니겠어요?
몸이 작아지자 이번에는 탁자 밑에 있는 유리 상자가
보였어요.
그 안에는 케이크가 하나 들어 잇었는데 거기에도
글씨가 써 있었어요.

'- 나를 먹어요.-'

앨리스는 케이크를 먹었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망원경처럼 몸이 쭉쭉 펴지면서 아주 큰 아이가
되고 말았어요.
머리가 천장에 닿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아, 난 몰라. 어떻게 해? 이젠 서 있을 수도 없어."






앨리스는 엉엉 울었어요. 몸이 커지다 보니 눈물도
얼마나 많던지, 바닥에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짱짱 울려 퍼졌어요.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 흰 토끼는 앨리스를 보더니
들고 있던 부채를 내던지며 도망쳤어요.
앨리스가 괴물인 줄 알았던 거예요.
엉엉 우느라 그랬을까요? 앨리스는 더워서 땀이 났어요.

"흰 토끼의 부채로 바람 좀 부쳐야겠어."

앨리스는 부채를 집어들고 바람을 일으켰어요.
그러자 몸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얼마나 작아졌는지
이번엔 아까 자기가 흘렸던 눈물 속에 풍덩 빠지고 말았지요.

"조금만 울걸. 괜히 많이 울었어.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야."
앨리스는 울상을 지었어요.






눈물 속에 빠진 건 앨리스뿐만이 아니었어요.
웅덩이 저쪽에서 첨벙거리는 쥐도 보였고,
새끼독수리와 도도새, 오리도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처음 보는 신기한 동물도 있었어요.
이들은 모두 간신히 눈물의 강에서 빠져 나왔어요.
몸을 말린 뒤에는 숲으로 들어가 보았어요. 거기에는
앨리스의 키만한 버섯이 있었어요. 앨리스는 까치발로
서서 혹시 버섯 꼭대기에 무엇이 있나 살펴보다가
푸른 애벌레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희한한 애벌레였지요.

"넌 누구냐?"

애벌래가 물었어요.

"지금은 ....., 잘 모르겠어요. 자꾸만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변하는 바람에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게 되었거든요."

앨리스가 시무룩하게 말했어요.

"그럼 지금 키는 마음에 드니?"

애벌레가 다시 물었어요.

"아니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어요.
겨우 8센티미터라니 너무 속상해요."

앨리스가 울상을 지었어요. 그러자 애벌레가 키를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말해 주었어요.

"버섯을 먹어. 한쪽은 커지고 한쪽은 작아질 거야."

애벌레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숲으로 사라졌어요.
앨리스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분명하게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두 팔을 한껏 벌려 양 손으로 무턱대고 버섯을 땄어요.






"커지는 쪽이 어느 쪽이람?"

앨리스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버섯을 한 입 베어 물었어요.
그러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턱이 아팠답니다.
갑자기 몸이 작아지는 바람에 턱이 발등에 부딪혔던 거예요.

"이제 알았아!"

앨리스는 왼쪽에 쥐고 있던 버섯을 한 입 베어 물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몸이 쭉쭉 길어져서 뱀같이 변해 버렸어요.
키가 자꾸만 바뀌니까 어지러울 지경이었어요. 앨리스는
마음을 가다듬고 오른손의 버섯과 왼손의 버섯을 교대로
먹으면서 키를 알맞게 만들었어요. 그 알맞은 키는 바로
작은 집에 들어가기 위해 맞춘 키였답니다.
조금 전에 아주 커졌을때 들판 한가운데서 작은 집을
발견했거든요.






앨리스는 서둘러 그 집으로 달려갔어요. 집 앞에서는 또
희한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물고기 머리를 가진 사람과 개구리 머리를 가진 사람의
곱슬머리가 서로 엉겨붙은 거예요.
꾸벅 인사를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었어요.
더 이상한 것은 집 안이었어요. 앨리스는 안으로 들어가다가
콜록콜록 기침을 했어요. 집 안이 후춧가루와 연기로
가득했기 때문이었어요.
문 바로 안쪽이 커다란 부엌이었는데, 공작 부인은 부엌
한 가운데에서 아기를 안고 앉아 있었어요. 공작 부인도
아기도 쉬지 않고 재채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 집에서는 요리사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고양이만이
재채기를 하지 않았어요.

"공작 부인, 저 고양이는 왜 저렇게 웃고 있나요?"

앨리스가 공손하게 물었어요. 하지만 공작 부인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대답했어요.

"채셔 고양이니까 그렇지, 이 돼지야."

그런데 이건 또 뭘까요? 요리사가 느닷없이 아무거나 마구
던지는 게 아니겠어요? 냄비며, 접시며 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함부로 던지고 있었어요.
공작 부인은 커다란 그릇에 맞아도 끄떡없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앨리스는 무서웠어요.
냉큼 그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답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간 앨리스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채셔
고양이를 만났어요.






"너로구나?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니?"

앨리스가 묻자 채셔 고양이가 되물었어요.

"어디로 가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 아무 데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채셔 고양이는 앨리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했어요.

"아무 데라도 괜찮다고? 그럼 아무 데나 가면 되겠네."

채셔 고양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꼬리부터 천천히 사라졌어요.
마지막으로 웃음만 남겨 놓고 모두 사라지고 말았어요.

"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이야. 웃음이 없는 고양이라면 몰라도,
고양이가 없는 웃음이라니."

앨리스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어요. 그리고 무턱대고 걷다가
차를 마시는 3월토끼, 겨울잠쥐, 모자 장수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들은 이상한 퀴즈를 내고 있었어요.
모자 장수가 차를 마시다 말고 앨리스에게도 문제를 냈어요.

"까마귀는 왜 책상 같은지 알아?"

"잘 모르겠는데요, 왜 그런가요?"

"나도 몰라."

모자 장수는 다시 차를 마셨어요. 그 사이 3월토끼는 시계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어요.

"어떻게 해. 시계가 이틀이나 느려."

앨리스는 3월토끼의 말이 이상했어요. 그래서 시계를
들여다보았지요. 그건 이상한 시계였어요. 시간은 안 나오고
날짜만 나오는 시계라니요?

'아,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야.'

앨리스는 걷고 또 걸었어요. 그러다가 문이 달린 나무를
보게 되었죠.

앨리스는 그 문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번에는 여왕의 정원이
나오지 않겠어요?
정원사들은 장미꽃에 색칠을 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왜 흰 장미에 빨간색을 칠하고 있는 거예요?"

앨리스가 묻자 정원사는 난처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실수로  흰 장미를  심었거든, 여왕님은 흰 장미를 싫어하셔.
아마 흰 장미를 보게 되면 우리 목을 베고 말 거야."

정원사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어요.






여왕이 바로 옆에 서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비밀을
말해 버렸던 거예요.

"뭐라고? 나를 속였단 말이지? 당장 이 자들의 목을 베어라!"

여왕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다가 앨리스에게도 명령을
내렸어요.
크리켓 경기에 따라오라고 말이에요.
여왕이 말하는 크리켓 경기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어요.
크리켓 공은 고슴도치였고, 크리켓 채는 홍학이었지 뭐예요.
그래서 고슴도치를 치려고 홍학을 힘껏 휘두를 때마다
홍학은 고개를 홱 돌려서 앨리스를 빤히 보는 거예요.
게다가 고슴도치는 홍학한테 맞을까 봐 있는 힘을 다해
도망을 쳤어요.
여왕은 선수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버럭버럭
소리만 질러 댔어요.

"저 자의 목을 쳐라! 이 자의 목도 쳐라!"

여왕은 갑자기 나타난 채셔 고양이의 목도 치라고 소리쳤어요.
모자 장수와 겨울잠쥐도 불러들여 그들의 목을 치라고 했어요.

"왜 죄도 없는 사람들의 목을 치라고 하는 거예요?"

앨리스가 따지자, 여왕은 앨리스의 목도 치라고 소리쳤어요.
여왕의 명령에 카드 병사들이 앨리스를 잡으려고
모여들었어요.






앨리스는 두 팔을 휘두르며 카드 병사들을 쳐냈어요.

"너희는 카드일 뿐이야. 난 하나도 안 무서워!"

그때였어요.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앨리스, 이제 집에 가야 해, 어서 일어나, 응?"

앨리스는 눈을 떴어요. 그런데 흰 토끼도, 카드 병사도,
여왕도 아무도 없었어요.

"이상한 꿈을 꿨나 봐."

앨리스는 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갔어요.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정말 이상한 일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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