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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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의 시골 마을에 한 농부가 살았어요.
농부에게는 소중한 것이 세 가지가 있었어요.
자신이 농사를 짓는 땅과 양을 치는 친구와
우비아나라는 딸이었지요.
농부의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이제 내게 더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비가 단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는
가뭄이 왔어요.
땅은 모두 말라 버렸어요.
땅에는 먹을 풀도 돋아나지 않았고, 마실 물도 고여 있지
않았어요.
굶주린 양들은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모두 죽어 버렸어요.
농부는 친구를 찾아갔어요. 친구는 죽은 양들 사이에서 넋을
잃고 있었어요.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자고. 우리 집엔 작년에 농사지은
곡식이 남아 있거든.
게다가 참 이상도 하지. 우리 집에있는 우물에서는 그래도
물이 조금씩 나오더군."
이렇게 해서 농부와 양치기 친구는 함께 살게 되었어요.
그 뒤, 우비아나와 양치기 친구의 아들 아산이 서로를
사랑하게되어 결혼을 했지요.
네 명의 새로운 가족은 힘을 합쳐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농부의 친구도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이제 내게 더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여느 때처럼 땅을 파면서 이렇게 중얼거릴 때였어요.
곡괭이를 내리치는데 짜앙 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이게 뭐지?"
농부의 친구는 이상한 소리를 따라 땅을 팠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땅 속에 황금 동전이 가득 담긴 항아리가
묻혀 있는 것이었어요.
농부의 친구는 항아리를 꺼내 농부에게 건넸어요.
"이건 자네의 밭에서 나온 것이니 자네 것일세."
그러자 농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저었어요.
"무슨 그런 말을, 자네가 찾아 냈으니 자네 것이지."
며칠이 지나도 항아리는 여전히 집 한쪽 구석에 놓여 있을
따름이었어요. 농부와 친구는 손을 잡았어요.
"그럼 아산과 우비아나에게 결혼 선물로 주는 게 좋겠어."
하지만 아산과 우비아나도 황금 동전이 든 항아리를 갖지
않겠다고 했어요.
하는 수 없이 항아리의 황금 동전은 모두의 것이 되었어요.
우비아나가 말했어요.
"이 보물은 땅이 준 것이니, 우리도 이걸로 땅에게
선물을 해요."
농부와 농부의 친구와 아산의 꼭 다문 입이 슬며시
벌어졌어요.
좋은 생각이라고 여겨졌거든요.
우비아나가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어요.
"튼튼한 어린 나무들을 사서 울창한 숲을 가꾸는 거예요.
어때요?"
우비아나의 생각은 다른 식구들의 눈동자도 반짝거리게
만들었어요.
아산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어요.
임금님이 사는 큰 도시로 가려고요.
그 곳의 시장에서라면 가장 튼튼한 어린 나무를 살 수
있으니까요.
그는 며칠 동안 맨땅 위에서 잠을 자면서 쩍쩍 갈라진 들판과
바위투성이 산길을 지나 도시로 들어갔어요.
도시의 시장은 커다란 건물들과 북적대는 사람들, 번쩍거리는
그릇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아산은 그 가운데에서 어린 나무와 씨앗을 파는 곳을 찾아
냈어요.
"어서 오세요, 이 기름진 씨앗을 좀 보세요."
상인은 아산에게 반지르르한 씨앗과 생기가 도는 작은
나무들을 보여 주었어요.
그건 비싼 것들이었지만 걱정할 것도 없었어요.
땅이 선물해 준 황금 동전이 가득 있었으니까요.
아산은 정신 없이 좋은 씨앗과 나무를 골랐어요.
그러던 중에, 아산은 귀가 갑자기 굳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새들의 울음소리 때문이었어요.
그건 여느 때 듣는 새 울음이 아니었어요.
곧 자기들이 죽게 될 것을 알고 슬프게 흐느껴 우는
울음이었는걸요.
고개를 돌리니 처음 보는 온갖 희귀한 새들이 새장에 갇혀
날개조차 푸드덕거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새들은 성을 향해 실려 가고 있는 중이었어요.
"에고, 또 시작이군."
씨앗 장수가 혀를 찼어요.
"무슨 일이에요?"
"임금님의 잔칫상에 올려질 새들이지요. 참 특이하게도
몇 마리 남지 않은 희귀한 새들을 잡아다가 먹어치운다오."
아산은 아찔했어요.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새들을 끌고 가는
상인 앞으로 다가갔답니다.
"새들은 모두 도망쳤다고 하세요. 이 황금 동전을 몽땅
드리겠어요."
새를 파는 사람은 아산의 황금 동전을 보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요.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새들을 모두 풀어 주었답니다.
새들은 아산의 머리 위를 휘휘 돌더니, 먼 사막으로
날아갔어요.
새들의 시원스러운 날갯짓을 보니 아산의 마음도 시원
스러워지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새들이 날아가는 대신, 가족들의 씨앗과
어린 나무도 함께 멀리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답니다.
아산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어요.
"어서 오너라, 내 아들."
농부의 친구는 반갑게 아산을 맞았어요.
우비아나도 아산에게 마실 물과 먹을 것을 내 주었어요.
가족들은 아산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아산은 마음까지 무척 지쳐 있었고, 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으니까요.
아산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도시에서 있었던 일부터
말했어요.
가족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도둑이라도 만났나 해서 걱정했지
뭐냐."
"그러게 말이에요. 새들을 풀어 주었다니, 정말 잘 했어요.
나라도 그렇게 했을걸요."
가족들의 이야기에 아산은 편한 마음으로 쿨쿨 잘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농부와 농부의 친구와 우비아나의 마음이 편하지는
못했답니다.
아산이 씨앗과 나무를 사기 위해 집을 떠나 있는 동안
나머지 식구들은 틈만 나면 이 곳에 가꾸어질 숲을
상상하며 들뜨고는 했었거든요.
까무륵 잠이 들자마자 새벽이 오고 있었어요. 우비아나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어요. 온갖 아름다운 새들이 밭 위로
날아와 깜깜한 밤 하늘을 맴도는 꿈이었어요. 새들의
깃털에서는 별빛이 호르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아름다워."
우비아나는 자기가 꿈을 꾸면서 중얼거리는 자기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어요.
"꿈을 꾸었구나."
우비아나는 중얼거리며 아산을 돌아보았어요. 아산은 여전히
단잠에 빠져 깨어날 줄을 모르고 있었어요.
섭섭한 마음이 아직도 우비아나의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우비아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천막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비아나는 나무처럼 우뚝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믿을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무들이 빛을 내는 나뭇잎들을
달고 생기 있게 서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항아리가 나왔던 곳에서는 샘이 솟아 맑은 물이
넘쳐 흘렀고, 꿈 속에서 보던 아름다운 새들은 아직 다 밝지
않은 푸른 하늘 위에서 뱅글뱅글 맴을 돌고 있었어요.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우비아나는 감격하여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이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깨어나 천막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그들
역시 우비아나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림 속에서나 보았던
숲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어요.
"하늘이 주신 선물이로구나!"
이 마법의 숲에 대한 소문은 바람보다도 빠르게 퍼져
나갔어요.
굶주리던 사람들은 농부의 샘에서 물을 길어다 농사를
지었어요.
물은 언제나 펑펑 솟아 나왔기 때문에 마실 물도 없었던
사람들은 마법의 숲의 샘물로 물장난을 칠 수도 있었어요.
그들은 언제라도 나무에 달린 달콤한 과일을 따 먹을수
있었어요.
그 곳은 그냥 숲이 아니라 천국이었어요.
도시의 임금님 역시 마법의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런 신비한 곳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 것이 되어야 해!"
임금님은 군사들을 마법의 숲으로 보냈어요.
군사들은 사나운 말을 타고 몰려와서 숲으로 마구 뛰어들려고
했어요.
그러자 숲의 가장자리에서 가시덤불이 구불거리며
솟아나왔어요.
군사들은 한 발짝도 숲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주먹을 쥐고 오들오들 떨던 사람들은 임금님의 군사가
멀찍이 사라지는 걸 똑똑히 봤어요.
그리고 다시 샘물로 물장난을 치고, 금세 다시 열리는
과일을 한 입 베어 물었어요.
그늘에 앉아 쉬고 있던 사람은 다시 팔베개를 하고 잠에
빠져들었어요.
걱정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죠. 그 곳은 임금님의 군사들도
벌벌 떨며 돌아가는 마법의 숲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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