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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omen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LITTLE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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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이 크리스마스면 뭘 해?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생각도 하기 싫어."

언제나 명랑한 둘째 딸 조가 입술을 쑥 내밀었어요.
그러자 큰언니 매그도 낡은 옷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어요.
귀염둥이 막내딸 에이미도 코를 찡긋거렸어요.

"그래도 우리한테는 가족이 있잖아."

베스가 조용히 말했어요. 그러자 네 딸들은 얼굴이
환해졌어요.
그러다가 또 갑자기 시무룩해졌죠.
아버지 걱정이 되었던 거예요.
아버지는 목사님인데, 전쟁터에서 군인들을 돌보고
있거든요.
그 때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얘들아, 아빠한테서 편지가 왔어."

어머니는 부리나케 집 안으로 들어와 편지를 읽어
주었어요.

"사랑하는 우리 딸들, 메리 크리스마스!"

아버지는 잘 지내고 있다고 써 있었어요. 아버지의 소식을
들으니 자꾸만 눈물이 나왔어요.
그러자 베스가 피아노 앞에 앉았어요.






"자, 이제 크리스마스야. 우리 캐롤을 부르자."

자매들은 베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어요.
피아노 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고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기분은 금세 좋아졌어요.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은 가정부 할머니가 차려 놓은
크리스마스 식탁에 둘러앉았어요. 근사한 음식은
하나도 없었어요.






조금 김이 샌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전쟁 통에는
감자와빵 뿐인 식탁도 감사한 일이었지요.
어머니가 말했어요.

"애들아, 엄마가 조금 전에 훔멜 씨 집에 갔다 왔는데,
먹을것이 다 떨어져서 여섯 아이들 모두 굶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하는구나."

네 자매는 어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금세
알아차렸어요. 그래서 흔쾌히 먼저 말했어요.

"좋아요, 이 음식을 훔멜 씨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어요.
우리 모두 그러고 싶어요. 그렇치?"

자매들은 바구니에 음식을 싸 가지고 훔멜 씨 집에
다녀왔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신나게 눈싸움도 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 집 손자 로리예요."

말끔한 소년이 자매들에게 인사를 했어요. 엄청난 부자인
로렌스 할아버지네 손자였지요. 자매들은 저녁에 근사한
음식과 꽃다발을 선물 받기도 했지요.
훔멜 씨 가족에게 보낸 따뜻한 마음을 기특하게 여긴
로렌스 할아버지의 선물이었어요.
네 자매는 모두 로리와 가까워졌어요. 로렌스 할아버지는
엄하고 까다로워서 아무와도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로리는 상냥하고 붙임성 있는 소년이었거든요.
어느 날 로리는 조에게 함께 연극을 보러 가자고 했어요.
그러자 조는 언니와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셋은 연극을 볼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나도 데리고 가. 왜 큰언니만 데리고 가?"

막내 에이미가 뾰로통하게 말했어요.






"안 돼. 넌 너무 어려서 극장에 들어갈 수 없어."

큰언니가 말렸어요. 하지만 에이미는 언니들에게
매달려 졸라 댔어요.

"나도 갈래. 뭐가 어리다고 그래? 나도 연극을 볼 수
있단 말야."

에이미가 떼를 쓰자, 조는 따끔하게 에이미를 떼어 놓았어요.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그런다고 우리가 널 데려갈 줄
알아? 어림도 없지."

조가 날카롭게 쏘아 대자, 에이미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어요.
에이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어요.

"흥, 어디 나를 무시해 봐. 비명을 지르게 해 줄 테니."

늦은 밤에 언니와 함께 깔깔대며 집으로 돌아온 조는
정말로 비명을 질렀어요.

"왜 그러니?"

식구들이 모두 조의 곁에 모여들었어요. 조는 벽난로를
가리키며 소리쳤어요.

"내가 쓴 소설이 저 안에서 타고 있어요. 에이미가
한 짓이에요!"






조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공들여 쓴 소설이었는데
에이미가 불에 태워 버린 것이었어요.
에이미가 사과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조는 에이미와 다시는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언제나
에이미를 따돌리고는 했어요.

"로리와 스케이트 타러 갔다 올게."

조의 목소리가 들리자 에이미가 몰래 조를 따라 나섰어요.
그러다가 얼음이 얇은 곳에서 풍덩 빠지고 말았지요.

"사람 살려!"

조는 호수 저쪽에서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어요.
하지만 동생의 다급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어요.
조와 로리는 허겁지겁 에이미의 목소리를 좇았어요.
그리고 깨진 얼음 사이로 에이미의 손을 덥석 잡았어요.

"기운 내, 에이미. 내 손을 놓치면 안 돼!"

조는 있는 힘껏 에이미를 끌어 냈어요. 에이미는 덜덜
떨면서도 언니에게 꼭 안겨 말했어요.

"언니, 미안해." 라고요.

둘은 다시 화해를 했어요.
어색했던 집안 분위기는 다시 따사로워졌어요.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는 식구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답니다.
아버지가 다쳐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내가 다녀와야겠어."

어머니는 서둘러 가방을 챙겼어요. 그러다가 얼어붙은 듯
꼼짝 않고 서 있었죠.

"왜 그러세요?"

"이를 어쩌면 좋니? 기차표를 살 돈이 없구나. 별수없이
고모 할머니께 부탁을 드려야겠어. 우리 부탁을 들어 주실까?"
어머니는 절망스럽게 말했어요.

"엄마, 짐이나 마저 챙기세요. 제가 갔다 올게요."

조는 목도리를 두르고 집을 나섰어요. 그리고는 한참 뒤에
돌아와서 어머니의 손에 꽤 많은 돈을 쥐어 주었어요.

"고모 할머니가 이렇게 많이 주셨니?"

뭔가 이상했어요. 고모 할머니라면 이만한 돈을 주셨을 리가
없었어요.






게다가 어머니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조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것을 놓칠 리도 없었죠.

"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머니께서 물었어요. 그러자 조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어요.

"고모 할머니께 부탁하기 싫어서 머리카락을 잘랐어요.
머리카락은 또 금세 자랄 텐데요, 뭐. 지금은 좀 어색하지만
곧 짧은 머리에 익숙해질 거예요."






어머니는 조를 꼭 안았어요. 언니도, 동생들도 조를
감싸안았어요.
그 날 밤 큰언니 매그가 자다가 눈을 떴어요.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죠. 가만히 불을 비춰 보니,
울고 있는 사람은 바로 조 였어요.

"울지 마, 조. 엄마가 가셨잖아. 아빠도 금세 나으실 거야."

매그가 조의 어깨를 토닥거렸어요. 그러자 조가 쭈뼛하며
말했어요.

"언니, 아빠 때문에 우는 게 아니야. 우습기는 하지만,
내 머리카락 때문에 눈물이 난걸. 내 머리카락은 너무
예뻤는데, 그렇지?"

조는 울다 말고 키득키득 웃었어요. 매그도 같이 웃었어요.
둘은 입을 틀어막고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면서 웃어
댔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곁에 있는 동안 네 자매는 어머니 대신
많은 일을 해야 했어요.
훔멜 씨네 집에 가서 집안일을 거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베스가 전염병에 걸렸지 뭐예요.
병에 걸린 아기를 돌보다 병이 옮고 만 거예요.






세 자매는 베스를 간호하느라 쩔쩔맸어요. 이 소식을 들은
로렌스 할아버지께서는 병원비조차 낼 수 없는 재매들을 위해
의사를 보내 주셨어요.

"성홍열에 걸렸어. 매그와 조는 한 번 걸렸던 적이 있어서
괜찮지만, 막내는 다른 집에서 머물게 해야 된단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에이미는 고모 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되었어요.
매그와 조는 베스를 위해 온종일 곁에서 시중을 들었어요.
하지만 베스는 점점 더 약해질 뿐이었어요.
로리는 자매들 대신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베스가 아프다고요.

"이럴 때 엄마가 곁에 계시면 좋을 텐데."

매그가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그 때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얘들아, 엄마가 왔어. 이젠 아무 걱정 말거라."

어머니가 오자 베스는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건강해졌어요.






다시 겨울이 왔을 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답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는 특별했어요. 까다롭기로 유명한 로랜스
할아버지가 네 자매를 집으로 초대했던 거예요.
더군다나 로렌스 할아버지는 아직 다 낫지 않은 베스를 위해
귀한 선물을 했답니다.

"저 커튼을 젖혀 보렴."

베스가 커튼을 들추자, 그 안에는 멋진 피아노가 있었어요.
게다가 그 날 네 자매 모두에게 더할 수 없는 선물이 또 하나
있었어요. 바로 네 자매의 아버지였죠.
아버지가 집에 오게 된 거예요.

"아빠!"

네 자매는 아버지에게 매달렸어요. 그리고 서로 꼭 안고
한참 동안 놓지 않았어요.

발을 콩콩 구르고 아버지의 옷자락을 사방에서 흔들어 대도,
붕붕 뜨기만 하는 네 자매의 마음은 도무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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