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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어린 왕자),[생텍쥐페리]







LITTLE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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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살때, 엄청나게 큰 보아뱀이 아주 큰 코끼리를
꿀꺽 삼키는 그림을 보았어요.
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 줬어요.
그랬더니 어른들이 나더러 뭐라고 한 줄 아세요?

"모자를 뭐 하러 그렸니? 쓸데없는 짓을 하다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공부를 해."

어른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어요.
화가가 되려고 했던 내 꿈은 그 순간 깨끗하게
지워져 버렸어요.

그래서 나는 조종사가 되었어요.
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언제나 좋은 기분을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니랍니다.
어느 날 비행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툭, 떨어져 버린걸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리기도 했어요. 나에겐 먹을 것도 별로
없었거든요.
나는 비행기를 고치는 일에만 정신없이 매달렸어요.
그 때 나를 향해 조그만 꼬마가 다가왔어요.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사막 한가운데에
어린아이가 있다니요?
나는 얼떨결에 종이와 연필을 꺼냈어요.
하지만 양을 그려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잘 그릴 수가 없었어요.
대신 어릴 적에 그렸던 보아뱀을 그렸죠.
어른들이 모자라고 했던 그림 말이에요.

"양을 그려 줘요. 이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잖아요."

나는 깜짝 놀랐어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내 그림을
이 작은 꼬마가 알아본 거예요. 나는 서둘러 양 한 마리를
그려주었어요.

"이 양은 아프잖아요. 튼튼한 양을 그려 줘요."

나는 자꾸자꾸 양을 그려야만 했어요.






꼬마가 자꾸만 자기가 원하는 양이 아니라고
타박을 했거든요.
나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빨리 비행기를 고쳐야 하는데 꼬마가 계속
방해를 했으니까요.
나는 구멍이 세 개 뚫린 상자를 쓱쓱 그려 내밀었어요.

"양은 이 안에 있어."

꼬마는 그 그림을 받더니 기분 좋게 웃었어요.

"너무 멋져요. 어머나, 그 새 잠이 들었네?"

그 꼬마는 참 특별했어요.
자기도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주 작은 별에서 왔다고 했어요.






나는 그 별이 B-612호라는 것을 알아 냈지요.
꼬마는 그 별의 어린 왕자였던 거예요.
나는 비행기를 고치는 데 온통 정신을 쏟고 있었어요.
어린왕자는 아무 말도 없이 내 곁에서 골똘히 생각만 했어요.
그리더니 느닷없이 이런 걸 묻지 않겠어요?

"양이 가시가 달린 꽃도 먹어요? 그렇다면
가시가 무슨 소용이 있죠?"

"가시는 아무 쓸모도 없어.꽃들이 괜히 달고 있는 거라고.
심통을 부리는 거지, 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몰라, 그냥 말한 거야. 나는 너하고 말장난할 시간이 없어.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단 말이야."

이 말을 들은 어린 왕자는 가시처럼 뾰족하게 대꾸했어요.

"아저씨는 꼭 어른들처럼 말하네요?







내가 사는 별에는 꽃이 딱 한 송이 있어요.
양이 그걸 먹어치울 수도 있는데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린 왕자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제 비행기 고치는 일보다 어린 왕자를 달래는 일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울지 마. 내가 꽃을 둘러쌀 울타리를 그려 줄게.
그럼 양이 꽃을 먹을 수 없어."

어린 왕자는 울음을 그쳤어요. 그리고 자기 별에 있는
꽃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어느 날 어린 왕자의 별에서 처음 보는 싹이 돋아나더니,
금세 조그만 나무로 자라났다는 거예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지 끝에서 커다랗고 예쁜 꽃이 피어났대요.

"아, 이제야 깼네."






꽃은 기지개를 켜더니 어린 왕자에게 이거저것을 부탁했대요.
아침 식사로 시원한 물을 달라고 했고, 바람을 막아 줄
바람막이와 둥근 유리 덮개도 가져다 달라고 했대요.






자기는 가시가 많아서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도 했대요.
꽃은 자기가 아름답게 생긴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나
봐요.
어린 왕자가 철새들과 함께 그 별을 떠나오는 날까지, 꽃은
언제나 잘난 척만 했다고 해요.
하지만 어린 왕자가 떠나는 날에는 미안하다고 말하더래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개의 별에 잠깐 들렀어요. 첫 번째
별에는 명령하기 좋아하는 왕이 살고 있었어요. 나를 보더니
드디어 신하가 생겼다고 기뻐했어요."

"두 번째 별은 어땠어?"

"거기엔 허영심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잔뜩 멋을 낸
모자를 쓰고, 자기를 우러러봐 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우러러보는 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린 왕자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세 번째 별에도 이상한 사람이 있었니?"

"술을 아주 많이 마시는 술주정꾼이 있었어요."

"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대?"

"부끄러운 걸 잊기 위해 마신다고 했어요."

"뭐가 부끄러운데?"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럽대요. 참 이상하지요?"

어린 왕자는 네 번째 별에서는 온 세상의 별을 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어요.
그는 모든 별이 자기 것이라고 자랑을 했대요.
별이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지요.

다섯 번째 별에서는 쉴새없이 가로등을 켰다 껐다 하는
사람을 만났대요.
별이 너무 작아서 일 분마다 낮이 되었다, 밤이
되었다 했던 거예요.

"여섯 번째 별에서는 마음이 아팠어요. 그 곳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 살고 있엇어요.
그런데요, 그 사람은 꽃이 덧없다고 말했어요.
꽃이 덧없다는 건, 산이나 강과 달리 꽃은 너무 쉽게
사라진다는 뜻이래요."

어린 왕자는 가슴 위에 조용히 손을 얹었어요. 그러더니
조금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어요.






"지구는 내가 만난 일곱 번째 별이에요."

사막으로 내려왔을 때, 어린 왕자는 손가락같이 가느다란
노란 뱀을 보았다고 했어요.
뱀은 꿈틀대며 어린 왕자에게 말했대요.

"내가 살짝 물기만 해도 사람들은 모두 죽어. 그러면
자기가 떠나온 먼 곳으로 다시 가게 되는 거지.
너도 네 별로 돌아가고 싶으면 나에게 말해.
언제라도 도와 줄게."

뱀과 헤어져 높은 산을 넘으니 장미 꽃밭이 나왔대요.
자기 별에는 단 한 송이만이 피어 있던 장미꽃이 이 곳에는
무더기로 피어 있었던 거예요.

"장미 꽃밭을 보니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여우는 그 때
만난 거예요.






나는 너무 슬퍼서 여우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여우는 서로 길들여지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고
했어요."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지는 게 뭔지 설명해 주었대요.
그리고 그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이가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길들여지는 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요.
여우와 헤어지려고 하자 마음이 아팠거든요. 아마 서로
길들여 지지 않았다면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거예요."






여우는 이 세상의 비밀을 알려 주겠다고 내게 살짝 말했어요.
모든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나요? 그게 이 세상의
비밀이래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쉽게 띄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나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는 물을 찾아야만 했어요. 비행기가 사막에
떨어진 지 일 주일이나 지났고, 마실 것도 다 떨어져
버렸거든요.
우리는 뜨거운 사막을 걷고 또 걸었어요.
너무 목이 말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낮이 지나고, 싸늘한 밤이 찾아왔어요.
까만 하늘에는 별이 깜빡이기 시작 했어요.
저 멀리 동이 틀 무렵에야 우물을 찾아 낼 수 있었어요.
우리는 두레박을 내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셨어요.

"내일이면 내가 지구에 온 지 꼭 일년이 되요. 양이
내 꽃을 먹지 못하게 울타리를 그려 주겠다고 했지요?"

나는 얼른 울타리를 그려 주었어요. 그러자 어린 왕자는
나더러 어서 비행기를 고치고 다시 우물로 오라고 말했어요.
자기는 이 곳에서 기다리겠다고요.
다음 날 저녁, 나는 어린 왕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그 곳에서 어린 왕자를 발견하고는, 바위처럼
우뚝 서 버리고 말았지 뭐예요? 어린 왕자의 발목에는 독한
독을 품은 노란 뱀이 감겨 있었거든요.
노란 뱀은 어린 왕자의 발목에서 입을 떼더니 스르르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내가 달려가자 어린 왕자가 조용히 말했어요.

"오늘 내 별로 돌아가려고 해요. 난 거기서 웃고 있을 거예요.
그럼 아저씨가 밤 하늘의 별들을 볼 때마다 별들이 온통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요? 이게 내 선물이에요."

어린 왕자는 스르르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멀고도 먼
자기 별로 돌아가 버렸어요.






나는 비행기를 타고 내가 사는 도시로 돌아왔어요.
사람들은 내가 돌아왔다고 무척 기뻐했지만, 나는
어린 왕자가 떠나버린 게 슬플 뿐이었어요. 대신 나는
어린 왕자가 웃고 있을 별을 보는 일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에, 어린 왕자에게 그려 주었던 울타리 그림이
 주머니에서 나왔을 때에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지
뭐예요?
그리고 별들도 울먹이며 저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그건 곧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어요.

'어린 왕자가 꽃에게 둥근 유리 덮개를 덮어 줄 테니 양이
꽃을 먹을 수는 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울먹이던 별들이 전부 환하게 웃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참 이상도 하지요?

양 한 마리가 꽃 한 송이를 먹어 치우는 일 때문에 세상의
모든 별들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다니요.

나는 여러분이 어린왕자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할 때, 작은 꼬마가 다가와
여러분에게 어떤 부탁을 한다면 웃으면서 그 부탁을 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일을 겪게 되면 내게 편지를 해
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어린 왕자가 다시 여기에 왔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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