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The Last Leaf (마지막 잎새),[O. 헨리]







LAST LEAF









Juvenile Story Home Menu Transfer Tag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수와 존시도 이 곳 몽마르트르의 작고
허름한 집에서 지냈답니다.
좁다란 골목을 오르고 또 오르면 구름이 밀려들어올 것만
같은 길이 하나 나오거든요.
그 길의 낮은 벽돌집 꼭대기가 수와 존시가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곳이었어요.






"이제 곧 겨울이 올 것 같아."

수가 몸을 웅크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어요.
방에는  존시가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어요.
수는 일부러 수선을 피우며 물었어요.

"좀 어떠니? 아침보다는 기침이 덜 나니?"

존시는 고개를 저었어요.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마치
휴지조각이 바람에 날리는 것 같았어요.
이 곳 예술인 마을에는 존시처럼 폐렴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어요.
가난한 사람들이다 보니 좋은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좋은 약을 쓸 수도 없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죽어 갔어요.

"콜록콜록 콜록콜록 콜록."

존시는 기침을 심하게 했어요. 그러고는 물끄러미 앞집
담벼락의 담쟁이덩굴을 건너다 보았어요.






"보지 마. 저 나뭇잎이 무슨 상관이이?"

수가 커튼을 내리려고 했어요. 그러자 존시가 손을
내저었어요.

"그러지 마 ..... 저 나뭇잎이 꼭 나 같은걸."

하지만 수는 매몰차게 커튼을 꼭꼭 여몄어요.
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보지 못하게 하려고요.
존시는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했거든요.

"마지막 나뭇잎이 떨어지면 나도 죽게 될 거야."

존시는 자신이 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의사 선생님도 존시를 진찰하더니 끔찍한 말을 했어요.

"살 수 있는 가망이 없어요."

수는 깜짝 놀라 컵을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더군다나 저렇게 자기가 죽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
어떻게 병을 이기겠어요?"

"그럼 ..... ".

"병이 나을 거고, 반드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게 해 줘야해요.
그러면 건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의사 선생님은 수의 어께를 툭툭 두드려 주고 병원으로
돌아갔어요.

수는 존시의 약값을 벌어야 했어요. 그래서 잡지사에
보낼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답니다.
그 때였어요.

"일곱 ..... , 아, 또 떨어졌네! 여섯 .....".

존시의 목소리였어요.

"존시, 뭘 하는 거야?"

"수, 이제 겨우 여섯 장 남았어.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나도 죽게 되겠지."
수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어요.

"나뭇잎이 떨어지면 네가 죽는다니,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어?"

하지만 존시는 수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또다시 나뭇잎을 세며 말할 뿐이었어요.

"바람이 심하게 부나 봐. 그 새 두 장이나 또 떨어졌어."
수는 존시의 손을 꼭 잡고 말했어요.

"꼭 나을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 예전처럼 다시
그림도 그리고, 이 몽마르트르 언덕을 뛰어다닐 수도
있을 거래."
아무리 말해도 존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어요.

"기침하는 것도 힘들고, 약 먹는 것도 힘들어. 나 때문에
고생하는 너를 보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아니? 이젠 다 싫어.
지쳤어. 저 잎새들처럼 떨어지는 게 나아."

수는 한숨을 내쉬다가 스케치북을 들고 베어만 할아버지를
찾아갔어요.

"저 왔어요. 광부를 그려야 하는데 모델 좀 되어 주실래요?"

"아, 좋치."

베어만 할아버지는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고 큰 소리만 치는
노인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는 젊은 화가들에게 모델이 되어 주면서 겨우겨우 살고
있을 뿐이었어요.

"존시는 좀 어때?"

"여전히 약해 빠진 소리를 해요. 글쎄 앞집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지 뭐예요."

이 말을 듣자 베어만 할아버지는 더부룩한 수염을
씰룩거렸어요.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가난한 처지에 도울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푸른 옷을 입고 광부처럼 서 있었어요. 그러면서
수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창 밖을 흘끔거렸어요.
밖에서는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어요.
게다가 빗방울마저 후드득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였어요.

'큰일이네. 저런 날씨라면 잎새가 하나도 남아나지 않을 텐데.'

베어만 할아버지의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어요.

다음 날 아침, 수는 눈을 번쩍 떴어요. 담쟁이덩굴의 잎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잠이 홱 달아나 버렸던 거예요.

"일찍 일어났구나, 존시."
수가 존시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어, 그, 그래. 너도 일찍 일어났네?"

존시는 창 밖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수에게 부탁했어요.

"커튼을 젖혀 줘, 응?"

"싫어, 네가 열어. 난 안 할 거야."

"부탁이야, 커튼을 젖혀 줘. 나뭇잎이 남아 있는지 보고 싶어."

"싫다니까, 어서 병이 나아서 네가 커튼을 활짝 젖히렴."

수는 고개를 저었어요. 하지만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
존시의 얼굴을 보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커튼 자락을 쥔 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가 아직까지도 거센데,
잎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존시, 거걸 좀 봐!"






아직도 담벼락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잎새 하나를
발견한 거예요.

"정말 대단해.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아직까지
저렇게 남아 있다니 .....".

존시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어요.

"그래, 이제 너도 저렇게 살아 남아야 해. 알았지?"

수가 말하자, 존시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수, 나 배가 고파. 뭘 좀 갖다 줄래?"

수는 닭고기 수프를 따끈하게 데워 존시에게 먹여 주었어요.

"이제 좀 살 것 같다. 나 이제 약도 열심히 먹을 거야."

존시를 진찰한 의사 선생님은 이제 고비는 넘겼다고 말해
주었어요.
앞으로 밥과 약을 꼬박꼬박 잘 먹으면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라고도 했지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베어만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해
주었어요.

"앞집 담벼락 아래에 쓰러져 있는 걸 사람들이 병원으로
데려왔더군요. 글쎄, 손이 물감 천지더라고요.
도대체 길에서 무슨 그림을 그린 건지 .....".

"그럴 리가요. 저렇게 비가 몰아치는데 길에서 무슨 그림을
그리셨겠어요?"

"그야, 나도 모르죠. 하여튼 나이도 많으신 분이, 밤새
저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신 것 같던걸요.
병원에 왔을 땐 벌써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더군요."

의사 선생님은 베어만 할아버지가 오늘 아침 돌아가셨다고
말해 주었어요.

수는 앞집 담쟁이덩굴 잎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오로지 딱 하나 남은 마지막 잎새는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아무리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내려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답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