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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hristmas Carol (크리스마스 캐럴),[찰스 디킨스]







CHRISTMAS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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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잖아요. 저희 집에서
함께 저녁 먹어요. 네?"

조카가 신바람나게 달려와 스크루지를 초대했어요.
하지만 스크루지는 콧방귀만 뀌었어요.

"흥, 네까짓 게 무슨 파티냐, 파티는."

"그래도요, 삼촌."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라. 가난해 빠져서는 도대체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들떠서 야단법석이란 말이야?
쯧쯧, 정신나간 것!"

스크루지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인상을 썼어요. 그리고
조카가 가게를 나설 때조차 얼굴을 펴지 않았어요.






"저,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봐도 될까요?"

옆에서 일하던 밥이 부탁을 할 때에는 어찌나 찌푸렸던지
얼굴이 온통 주름뿐이었지요. 또 소리는 얼마나 고래고래
질러 댔다고요.

"다들 정신이 빠졌어.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다들 일도
안하려고 드는 거야?"

"저, 사장님. 퇴근 시간은 아까 지났어요."

밥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어요. 그러자 스크루지가
꽥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니까 내일은 일을 안 하겠다는 거지? 그럼 모레는
세벽부터 나와서 한밤중까지 일을 해야 돼!"

밥은 씁씁하게 웃었어요. 그렇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하는 걸 잊지는 않았답니다.
스크루지는 거의 열두 시가 다 될 때까지 일을 했어요.
그리고 돈을 아끼느라 불도 켜지 않은 추운 집으로 들어가
이불속으로 파고들었어요.
그런데 까무륵 잠이 들었을 무렵이었어요.

"잘그랑잘그랑 ......".

스크루지는 눈을 떴어요. 무슨 소리가 나는 걸 분명히
들었거든요. 그건 분명히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였어요.

"도둑이 들었나 보군. 여기가 누구 집인 줄 알기나 하는 거야?
괘씸한 녀석 같으니라고."

스크루지는 도둑을 때려 줄 방망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찬바람이 쌩하니 불더니
스크루지의 앞에 도둑 대신 쇠사슬을 친친 감은 유령이
서 있는게 아니겠어요?






그건 벌써 7년 전에 죽은 말리의 유령이었어요. 함께 일하던
구두쇠 친구였지요.

"자네가 딱해서 왔어. 구두쇠 노릇을 한 대가로 이렇게 묶여
있는 나를 보게나."

말리의 유령은 슬퍼하는 듯했어요.
눈꼬리가 축 처진 것이 안스러웠어요.
유령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어요.






"오늘 밤에 세 명의 유령이 자네를 찾아올 거야.
제발 자네는 나처럼 되지 말게."

유령은 연기처럼 스르르 흩어졌어요. 겨우 참았던
숨을 내쉬려고 할 때, 말리의 유령이 말한 첫 번째 유령이
스크루지를 찾아왔어요.
첫 번째 유령은 하얀 옷을 입고 있었어요.
허리에는 반짝거리는 띠를 두르고 있었지요.






"나는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야."

유령은 스크루지를 데리고 밤 하늘을 날았어요. 그리고
눈이 소복하게 쌓인 시골로 데려다 주었어요.

"아, 여기는 내가 자란 시골 마을이에요."

스크루지가 유쾌하게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어요.

"교실 안에 불쌍한 한 아이가 있어."

유령이 말을 마치자마자, 스크루지는 유령과 함께 교실
안으로 날아갔어요.
거기엔 정말로 아이 하나가 있었어요.
낡은 옷을 입은 아이는 거의 다 꺼진 난로에 바짝 붙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죠. 스크루지는 그만 엉엉 울음을 터뜨렸어요.

"가여운 아이. 저 아이는 바로 나예요."

어른 스크루지가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어요.
어린 스크루지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고, 작은 여자 아이가
교실 안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왔어요.

"오빠, 나하고 집에 가. 아빠가 변했어. 아주 다정해지셨다고.
오빠가 집에 와도 좋다고도 하셨는걸."

여자 아이는 어린 스크루지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스크루지가 유령에게 말해 주었어요.

"저 아이는 팬이에요.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지요.
너무 일찍 죽었어요. 가여워라."

그러자 유령이 대꾸했어요.

"그래, 팬은 조금 전에 너를 저녁 파티에 초대한 조카를
낳았지. 너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를 말이야. 자, 이제
다른 곳으로 가 보자."






유령은 휙 허공을 날다가 어느 가게 앞에 멈춰 섰어요.

"어, 여기는 내가 젊었을 때 일하던 가게네요.
주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지요."

스크루지는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사람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 때문에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어요.
거기엔 스크루지가 사랑했던 아가씨도 있었어요.
스크루지는 부자가 되겠다고 이 아가씨와 헤어졌어요.
아가씨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지만,
스크루지는 점점 더 많은 돈을 벌었어도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마음이 아프다고요."

스크루지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숨을 몰아쉬면서
흐느끼기도 했어요. 첫 번째 유령은 스크루지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었어요.
침대에 눕자마자 너무나 피곤해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스크루지는 별안간 눈을 번쩍 떴어요.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거예요.
그 느낌이 맞았어요. 옆방에서 불그스름한 빛이 새어
나왔는데, 문을 여니 방이 마치 온실처럼 나뭇잎들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 한가운데에 몸집이 아주 큰 유령이 앉아 있었어요.

"나는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이야."

유령은 스크루지에게 인사를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밥의 집으로 데리고 갔어요.
집 안에는 밥의 아내와 어린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지금 삶은 감자를 으깨고 있는 중이었어요.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보를 씌우기도 했지요.
조금 있자 큰딸 마사가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어유, 우리 마사가 왔구나. 추웠지? 어서 몸 좀 녹여."

밥의 아내는 딸에게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어요.
조금더 있자 밥도 집으로 돌아왔어요.
밥은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꼬맹이 팀을 번쩍 들어
안았다가 내려 주었어요. 다리가 불편한 팀은 목발을
짚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했지요.

"자, 칠면조 요리보다 맛있는 거위 요리랍니다."

가족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즐거워 했어요.
칠면조를 살 돈이 없어서 거위를 산 것뿐인데도 가족들은
왕의 가족처럼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듯이 보였어요.






스크루지는 말라빠진 팀의 한쪽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저 아이가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유령은 고개를 저었어요. 스크루지는 눈을 질끈 감았어요.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조카 프레드의 집 안에 있었어요.
프레드는 포도주 잔을 들고 축복의 말을 했어요.

"우리 스크루지 아저씨가 건강하시길!"

스크루지는 부끄러워졌어요. 자기는 프레드를 위해 해 준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거예요.

"이제 그만 여기서 떠나고 싶어요."

유령은 스크루지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었어요.
얼마쯤 지나자 세 번째 유령이 다가왔어요.
커다란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다."

스크루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령의 손을 잡았어요.
유령은 스크루지를 옷자락으로 감싸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왜 이렇게 어수선한 거죠? 여긴 우리 집 대문 앞인데 .....".

유령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스크루지도 가만히
지켜 보기로 했어요.
그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려 왔어요.

"지독한 스크루지 영감, 잘 죽었다. 죽고 나서야 우리에게
선물이란 걸 하는군."

"그러게 말이야. 죽으면 어차피 다 두고 떠날걸."

자기가 죽었는데, 사람들은 아무도 슬퍼해 주지 않았어요.
벌벌 떨며 아껴 쓰던 물건들은 사람들이 나누어 갖고
있었고요.

"이제 자네 묘지로 가 볼까?"

유령은 오래 된 묘지 한 구석으로 스크루지를 데려갔어요.
그들 앞에는 다 망가진 무덤이 하나 있었어요.

"설마, 이게 내 묘지라는 겁니까?"

스크루지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자기 묘지는 다른
가난한 사람들의 묘지보다도 더 형편없이 내버려져
있었기 때문이에요.

"싫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이럴 수는 없어요. 이렇게
불쌍해지려고 악착같이 돈을 번 게 아니라고요!"

스크루지는 울부짖다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유령은 없었어요.
지난 밤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창 밖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소리가 새어
들어왔어요.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종 소리도 들렸어요.
그는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밖으로 나섰어요. 그리고
좀 부끄러웠지만,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 인사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요.

스크루지는 밥에게 보낼 칠면조 고기도 샀어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돈을 세면서 생각했어요.

'오늘 저녁은 조카네 집에 가서 먹어야겠어. 내 건강을
빌어 주며 포도주 잔을 높이 들겠지?'

스크루지는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는 게 기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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