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AND THE B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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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을 떠돌며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어요. 모두 한 번쯤 만나보고
싶어할 만큼 아름다웠죠.
특히 첫째와 둘째는 어떻게 하면 예뻐 보일까 요리조리
치장하였기 때문에 막내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어요.
하지만 막내는 겉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마음이 더 예쁜
아가씨였답니다.
"아버지, 이번에는 얼마나 있다가 오세요?"
"글쎄, 한 달쯤 걸리지 않을까? 우리 로자가 아빠 보고
싶겠구나?"
막내와 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언니들이
다가왔어요.
"이번에 오실 때에는 좋은 비단을 사다 주세요.
새로 드레스를 맞추어야겠어요."
큰언니가 말했어요.
"저는 새빨간 보석을 좀 사다 주세요. 루비 같은 거 말예요.
저는 목걸이를 새로 할 거예요."
작은 언니가 말했어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로자에게 물었어요.
"너는 뭘 사다 줄까?"
"음 ...... 저는 장미꽃 한 송이만 가져다 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아버지는 로자를 꼭 안아 주고는 길을 떠났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마차며, 선물이며, 벌어온 돈이며, 아버지에게는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버지는 멀리 보이는
궁전을 찾아갔어요.
그 곳에 가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궁전으로 들어가니, 마치 아버지가 올 것을 알았다는 듯이
따끈한 음식이 식탁 가득 차려져 있었어요.
그뿐이 아니었어요. 밥을 다 먹고 위층으로 올라가니
깨끗한 이불이 놓인 침대도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아버지는 정원이 아름답게 가꿔진 그 곳에서 며칠 동안
쉬면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어요. 이상한 일은 궁전의
일꾼이며 주인을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야 할 텐데, 어쩐다 .....".
아버지는 주인을 기다렸지만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지요.
아름다운 정원을 빠져 나오면서 아버지는 로자의 부탁이
떠올랐어요.
"맞아, 로자의 선물이라도 가져가야지."
아버지가 장미 한 송이를 꺾을 때였어요. 천둥 같은 목소리가
온몸을 찌르르 흔들었어요.
"누가 내 장미꽃을 꺾는 거야! 가만 두지 않겠다."
그것은 성난 사자가 으르렁대는 소리와도 비슷했어요.
아버지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사자보다 더 사납게
생긴 괴물이 아버지 바로 뒤에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버지는 말을 더듬으며 로자와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말했죠.
"그래? 너는 내 소중한 장미를 차지했으니, 나는 너의
소중한 딸 로자를 차지하겠다. 삼 일 안에 이리로 로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너희 가족을 모두 잡아먹어 버릴 거야."
아버지는 알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로자에게 궁전에서 있었던 일을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걱정하는 걸 눈치 못 챌 로자가
아니었어요.
로자는 아버지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여겼어요.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 말씀해 주세요."
로자가 조르자, 아버지는 괴물과 한 약속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로자는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했어요.
"그렇다면 가야지요. 약속을 하셨다니, 그 괴물에게 저를
보내 주세요."
이튿날 날이 밝자, 로자는 괴물이 사는 궁전으로 떠났어요.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차마 집으로 도망갈 수 없었어요.
그 날은 다행히도 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 뒤로도 며칠 동안 로자는 궁전에서 아무도 마주치지
못했어요.
그러나 궁전은 언제나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정원에는 꽃들이 등불처럼 빛을 내며 피어 있었고,
주방에는 따끈한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거의 일 주일이 지났을 무렵, 로자는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처음으로 괴물과 마주치게 되었답니다.
"앗!"
로자가 벌렁 넘어졌어요. 그러자 괴물이 다정하게 손을
내밀었어요.
"나는 지발이에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로자는 지발의 손을 잡고 일어섰어요. 그의 눈동자는 순한
빛을 내고 있었어요.
"처음엔 겁을 먹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나쁜 괴물 같지는
않군요."
로자가 웃으며 말하자, 지발도 따라 웃었어요.
둘은 금세 가까워졌어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어요. 그 곳에서 지내는 일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로자는 문득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자기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하고 계실까 마음이 쓰였어요.
"저, 아버지를 뵙고 왔으면 좋겠어요. 저 때문에 힘들게
지내실지도 몰라요."
지발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오늘 밤에 잠이 들면, 내일 아침에는 집에서 깨어나게 될거요.
하지만 약속해요. 꼭 하루만 있다가 돌아와야 하오.
안 그러면 우리에게 무서운 일이 닥칠 거요."
신기한 일이었어요. 지발의 말대로 아침에 눈을 뜨니
아버지의 집이었던 거예요. 아버지는 더 건강해진 로자의
모습을 보더니 기뻐했어요.
언니들은 로자가 입고 있는 좋은 옷을 보고 샘을 냈어요.
그래서 궁전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못 가게 막았어요.
"아버지가 얼마나 네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딱 하루 만에
돌아간다는 말이니? 야박하기도 하구나, 정말."
언니들은 끈질기게 로자를 붙들었어요.
그 때문에 로자는 집에서 하루를 더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 다음 날이 되어 궁전에 도착한 로자는 지발이 정원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어요. 지발은 로자를 보더니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하루만 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왜 지키지 않은 거요?
이제 나는 죽게 될 거요."
로자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지발의 손을 잡았어요.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미안해요, 지발.
제발 기운을 좀 내 봐요."
하지만 지발은 도무지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점점 더 축 쳐질 뿐, 이제는 숨소리까지 가빠져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러니 제발
나를 위해서라도 기운을 내요, 지발."
로자는 울면서 지발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어요.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지발의 뻣뻣한 털이 사라지더니, 두툼하고 거친
살결도 매끄럽게 녹아 내렸어요.
이제 로자가 잡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괴물의 손이
아니었어요.
괴물이 누워 있던 자리에는 잘생긴 젊은이가 누워
있을 뿐이었어요.
젊은이는 스르르 눈을 떴어요. 그리고는 반듯하게
일어나 앉아 로자를 꼭 안았어요.
"로자, 고맙소. 당신 덕분에 나의 마법이 풀렸다오."
지발은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자신은 원래
아득하게 먼 나라의 왕자였고, 마법에 걸려 괴물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했어요.
"마음을 볼 줄 아는 아가씨에게서 사랑을 받으면
마법이 풀릴 거라고 했소.
나는 겉모습만 따지며 오만하게 굴었던 왕자였거든요."
지발은 쑥스러워하며 말했어요.
로자와 지발은 궁전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리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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