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TR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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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만큼이나 부자인 노인이 있었어요.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요.
지독한 게으름뱅이였지요.
그가 하는 일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어요.
노인이 부지런히 장사를 해 돈을 벌면, 아들은 종이돈으로
용을 만들었어요.
조그만 황금 덩어리로는 공기를 했고, 밤마다 춤을 추러
다니며 흥청망청 놀 뿐이었어요.
노인이 죽은 뒤에도 그는 일을 하지 않아, 가진 것마저 점점
줄어들 뿐이었어요.
"세상에,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남은 것이라고는 겨우
입고 있는 옷 한 벌과 신고 있는 나막신 한 켤레뿐이군."
그의 말이 맞았어요. 그에게는 친구조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하인들도 다 떠나 버린 지 오래였지요.
그가 살던 집에서도 나가야만 했어요.
곧 새 주인이 들어오게 되었거든요.
예전에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가 커다란 가방을 하나
보내 주었어요. 이사할 짐을 싸라고요.
"가방이 무슨 소용이야. 짐도 하나 없는걸."
그는 자신이 너무 불쌍했어요. 담을 짐 하나 없는 가방조차
불쌍하게 여겨졌어요. 그래서 짐 대신 자신이 가방 안에
들어가 앉았답니다.
"어이쿠, 이게 뭐야. 사람 살려!"
게으름뱅이는 깜짝 놀라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세상에, 가방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 거예요. 그러고는
순식간에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더니 쏜살같이 머나먼
나라로 날아가는 게 아니겠어요?
한참을 날아온 가방은 높은 나뭇가지에 걸려 멈추게 되었어요.
그는 나무를 타고 내려온 다음, 가방을 잘 숨겨 두었어요.
그러고서 높이 솟아 있는 성을 향해 다가갔어요.
"저 성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어요.
"공주님이 갇혀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공주님에게
다가가서는 안 돼요."
"왜요?"
"앞날을 말해 주는 사람이 그랬대요. 공주님은 애인 때문에
가여운 처지가 될 거라고 말이에요."
게으름뱅이는 갇혀 있는 공주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다시 가방을 타고 공주님의 방으로 날아갔어요.
"누구세요?"
공주님이 재빨리 커튼 뒤로 숨으며 물었어요.
"나는 먼 나라의 신이오."
"신이라고요? 그렇다면 나와 결혼해 주지 않겠어요?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 봐 여기에 나를 가두어
놓으셨답니다."
"물론 다 알고 있소. 그래서 공주와 결혼해 주기 위해 이렇게
찾아온 거라오."
"아, 그래서 가방을 타고 날아오신 거군요."
공주는 눈을 반짝거렸어요. 게으름뱅이는 거짓말을 술술
해댔지만 공주는 그 말을 다 믿었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 본적이 있어야 말이지요.
"그렇다면 토요일 밤에 다시 와 주세요. 그 날 부모님이
오시거든요."
"걱정 마시오. 토요일에 부모님이 오시는 것도 다 알고
있으니까.
나는 신이지 않소."
그는 큰 소리를 치고는 다시 가방을 타고 돌아갔어요.
약속한 토요일이 되었어요.
게으름뱅이는 가방을 타고 성으로 날아와 왕과 왕비를
만났어요.
"그대가 먼 나라의 신이라는 걸 어떻게 믿지?"
왕이 물었어요. 그러자 게으름뱅이는 자기가 본 신기한
일들을 말해 주겠다고 했어요.
신이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일을 다 볼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요.
게으름뱅이는 밤이 새도록 이상한 이야기들을 지어서
말했어요.
다이아몬드 차를 마시는 나뭇잎, 세계를 돌아다니는
커다란 배, 말하는 성냥, 춤추는 부지깽이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했지요.
왕과 왕비는 그런 이야기들을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건 그런 일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신이 맞군요!"
왕과 왕비는 게으름뱅이에게 엎드려 절했어요. 가방을 타고
날아가는 그의 뒷모습이 아득하게 보일 때까지 몇 번이나
절을 했는지 모른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결혼식을 하자고 말하고는, 부지런히 결혼식 준비를 했어요.
공주가 먼 나라의 신과 결혼한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온
나라 안에 퍼졌어요.
사람들은 그 신에 대해 수군댔어요.
신을 보았다고 허풍을 떠는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어요.
"그는 물거품 같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어.
신이 아니라면 어떻게 수염이 물거품 같겠어?"
"어, 자네도 보았나? 나도 신을 보았는데, 그의 옷은
이글거리는 불로 만들어져 있더구먼. 멋졌어,
아주 근사하더라고."
꼬마들도 끼어들었어요.
"저도 그 신을 봤어요. 아기천사들이 신의 옷 속에 숨어
있는 걸 저도 봤는걸요."
게으름뱅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킥킥 웃어댔어요.
자기만큼이나 거짓말을 술술 하는 사람들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지요.
그는 붕 떠 있는 몸만큼이나 기분도 붕 떠 있었어요. 그래서
저 혼자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폭죽 다발을 들고 하늘을
날아다녔어요.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아요?
불똥이 튀어서 가방이 호르르 다 타 버렸지 뭐예요.
그는 땅으로 고꾸라졌어요.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를 보았어요.
하지만 그가 공주와 결혼할 먼 나라의 신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큰일났다, 큰일났어!"
게으름뱅이는 엉엉 울었어요.
가방이 없이는 신 행세를 할 수 없으니까요.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왕과 왕비가 자기를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짓말을 했다고 흠씬 때려서 내쫓을 거야. 이를 어쩌지!"
드디어 결혼식날이 되었어요. 하지만 게으름뱅이는 성으로
갈 수 없었어요. 그는 몰래 다른 나라로 도망치고 말았어요.
불쌍한 공주는 예언대로 정말 가여운 처지가 되고 말았어요.
해가 질 때까지 오지 않는 신랑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요.
그뿐인가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신랑감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걸요.
공주는 아직도 성에서 게으름뱅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게으름뱅이는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야기꾼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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